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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일정
620
[사진] 관계없는 시선
at 2009-05-14 07:19/
기간(시작-종료): 2009.05.16 - 2009.06.13
전시: 작은공간이소
사회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해 있었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뚜렷한 실체는 아니지만 강력하고 견고하며, 우리가 사회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그것으로부터 무시할 수 없는 틀을 물려받았거나 그 틀이 당연한 것이 되버린 뒤다. 그 틀을 끊임없이 의식위로 드러낸다 하더라도 의식하지 못하는 다른 틀은 존재하며, 뻗치고 있는 뿌리가 너무 깊어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사회라는 것이 제도와 질서를 공유하는 인간집단 혹은 구조라고는 하지만 집단의 영역에서만 발휘되는 힘은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 홀로 놓여있다 하여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스스로의 의식과 행동은 끊임없이 검열 당한다. 그 보이지 않는 시선은 질서라는 이름으론 긍정이 되지만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감시와 구속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의미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스스로에 의해 독립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그것을 바탕으로한 가치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듯 보이지만 기준은 사회라는 감시적 시선이 일방적으로 주입시킨 것이며, 그 가치는 스스로가 아닌 사회를 위한 것일 뿐이다. 사회는 어느새 구조와 집단을 뜻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마치 자생하는 괴물처럼 생명력을 얻었고,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하고 멈출 수 없는 톱니바퀴를 돌리기 위한 작은 부품에 불과하게 되었다.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주변인물을 담는 전형적인 인물사진이다. 이미지와 아이디어, 컨셉의 홍수 속에서 그다지 특별하지도 혹하지도 않을 사진들. 어떤 테크닉으로 인물을 꾸미거나 강렬한 설정으로 대단한 의미를 생각케 하지도 않는 어정쩡함. 대략 평범한 이 사진들은 작가로써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욕,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경쟁력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어정쩡함이 실은 개인과 사회 간에 발생하는 모순에 있어서 실재에 가까운 모습이라 한다면 사진은 달리 볼 수 있다. 어정쩡함은 모호한 심리가 되고 무딘 표현은 진정성이 된다. 작가의 사진은 우리들의 모습이 된다.

사진은 한사람의 인물을 덩그러니 보여준다. 사진이 갖는 상황의 기록, 예술사진으로써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설정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듯 하다. 있다하더라도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 인물이 취하고 있는 행위로써 더 크게 받아들여지며. 그로인해 상황의 추리, 의미나 상징을 해석해야 한다는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초점은 인물자체에 맞춰지고 인물이 보여주는 모호한 시선, 알 수 없는 행위에 의해 작품을 읽으려던 이성과 논리는 심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불안으로 향한다.
시선 즉 본다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식하는 순간이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확인으로 그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진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선과 신호, 눈빛은 분명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정면으로 향하면서 시선과 시선이 마주치는 지점, 즉 형성된 관계가 모호해진다. 인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카메라? 우리가 흔히 찍는 기념적이고 기록적인 사진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꾸미거나 좋은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다. 카메라라고 하기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작가? 작가는 이미 관계 맺고 있던 주변인물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지만 작가와 이미 맺고 있는 관계라 하기에는 너무 멀고 낯설다. 제3자? 누군가와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능성으로만 그칠 뿐, 확인할 길이 없다. 사진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선은 분명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관계는 확인할 수 없거나 모호하기만 하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눈빛과 알 수 없는 관계, 세상과 단절된 외딴 곳에서 사진 속에 혼자 서있는 인물들은 진짜 혼자가 된다.

작가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주변인물을 사진에 담는다. 자신과 이미 맺어진 관계. 그들은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단순히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한 모델은 아니다. 작가가 겪고 있는 것처럼 사회라는 틀과 내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어정쩡한 위치의 그들. 그들은 그런 실재의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실재 때문에 작가에 의해 선택되어졌다. 옥상. 숲, 어두운 방, 다리 밑...... 사진의 배경은 하나같이 인적이 드물고 외딴 곳이다. 그 곳은 단순히 사진의 배경으로 부수적인 이미지나 느낌만을 받쳐주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인물이 서있는 그 장소는 외부와 단절된 곳,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혼자가 될 수 있는 실재의 공간이다. 실재를 통한 작가의 작품 행위는 진정성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작가의 행위는 진짜일까? 사진이란 매체는 어찌되었건 이미지를 생산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와 사진 속 인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물과 배경의 선택, 작가라는 길에 대한 선택, 그 선택의 과정은 진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작가와 인물은 카메라의 시선, 사진이 만들어진 후 타인의 시선, 미술 속 그들의 시선, 사회의 시선 속에 구속당한다. 결국 작품은 설정으로 끝을 맺으며 작가 또한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된다. 사진은 아무 것도 진정한 진짜가 아님을 스스로 드러낸다.

알 수 없는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는 관계 맺고 있지만 관계 맺고 있지 않은 것이며, 자신도 자신이 아니며, 진짜도 진짜가 아니다. 그 시선에서 우리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단언컨대, 진짜가 아닌 것만은 인식할 수 있다. 작가가 인식하고 선택한 것처럼, 적어도 톱니바퀴의 부품이 되진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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